‘2010 IT 통합챔피언십’ – 구글 vs MS (3) PC 운영체제 전쟁
2010년, 드디어 빅 매치의 공이 울렸다. 사진 출처 marketresearchbulletin.com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 7′을 선보이자 시장이 술렁거렸다. 출시 한 달만에 4000만 개가 팔려 윈도우 비스타 때보다 2배 정도 더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간 것. 윈도우 7이 발표된 그 주, 미국의 PC 판매량도 50% 가까이 뛰어올랐다.(NPD 조사 결과)
MS는 윈도우 비스타의 참담한 실패를 경험삼아, 전혀 다른 원칙으로 윈도우 7을 개발했다. 골격부터 새로 설계해 기술적 혁신을 보여주려 했던 비스타와는 달리, 윈도우 7은 이용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생채기를 치료하는 등 세밀한 보수에 공을 들인 제품이다.
실제로 윈도우 7을 사용해보면 이용자의 요구를 수렴했다는 MS 측의 발언이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팅 시간을 줄이고, 절전 및 ‘다시 시작’ 기능을 더욱 빠르게 하여 이용자들이 좀 더 빠르게 PC를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자체 전원관리 기능을 강화해 배터리 사용 시간도 20% 이상 늘렸다. 작업 표시줄 미리보기를 사용해서 두세 번의 클릭만으로 최근에 작업한 문서를 열 수 있고, ‘디바이스 스테이지’를 탑재해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연결만 하면 따로 설정을 건드리지 않아도 PC에서 곧바로 인식할 수 있다.
성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PC 시장의 회복세 속에 윈도우 7은 순항하고 있다. IDC의 분석가 알 질렌은 2010년까지 윈도우 7이 기업용 운영체제의 49.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35%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윈도 XP를 누르고 주도적인 운영 체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티브 발머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CES 2010′ 전야 기조연설에서 윈도우 7이 “OS 판매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윈도우 7의 성공으로 MS는 PC 운영체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그런데 마치 거인과 같이 우뚝 서 있는 MS에게 구글이 과감히 ‘원투 펀치’를 날렸다. ‘구글 앱스’가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겨냥한 왼손 잽이라면, ‘크롬 OS’는 PC 운영체제를 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다.
윈도우 7이라는 MS의 방어책이 탄탄하지만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PC에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 접속을 통해 필요할 때만 사용하며 동시에 각종 IT 기기로 데이터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사용환경, 즉 클라우드 컴퓨팅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PC 경쟁의 무게중심도 빠른 성능에서 인터넷 사용환경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에 초점을 맞춘 소형화된 넷북이 PC 제조사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더 나아가 올해에는 넷북보다 가볍고, 긴 배터리 시간을 자랑하는 스마트북과 MID(Mobile Internet Device)가 떠오를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인터넷 사용환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의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최강자인 구글이 소프트웨어 거인 마이크로소프트를 견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미래에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서 실행될 것이다” – 사라르 카마가르, 구글 애플리케이션 담당 부사장
크롬 OS는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다. 빠르고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웹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는데 주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넷북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장차 고성능 데스크톱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도 큰 무기다.
크롬 OS는 x86과 ARM CPU를 모두 지원할 예정으로 일부 모바일 기기까지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기기에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드라이버 지원 등의 문제로 윈도우와 같이 모든 종류의 PC에서 자유롭게 설치해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구글은 크롬 OS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지만, 이는 개발자를 위한 초기 버전으로 크롬OS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컨셉은 ‘리눅스 기반의 가벼운 환경에서 구동되는 크롬 브라우저’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크롬 OS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운영체제는 원래 웹이 없던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며 MS의 윈도우 시스템을 ‘구식’이라고 못박았다. 윈도우의 기초는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므로 웹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또한 윈도우 환경은 모든 소프트웨어가 운영체제에 직접 설치되어 오래 사용할수록 느려지는 단점이 있었다. 윈도우의 PC 환경을 사용자에 맞게 최적화하는 방법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술이 되어버렸다. 이는 여러 출판사에서 쏟아져나온 윈도우 관련 서적과 각종 사이트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팁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윈도우를 처음 설치했을 때와 같이 빠르게 만드는 방법은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윈도우를 새로 설치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반면, 크롬 OS의 경우 모든 소프트웨어가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웹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가 지워도 내부 시스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일부러 시스템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이런저런 설정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구글의 선더 피카이 부사장은 “추세는 아주 단순하다. 수백만명의 사용자가 클라우드 형태로 컴퓨팅 리소스를 사용한다. 우리가 내놓을 넷북은 PC처럼 빠르고 보안성을 강화한 새로운 기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로 OS를 가볍게해서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미다.
챔피언 : MS
강점 : 윈도우 7의 성공적인 출시
압도적인 윈도우 시리즈의 점유율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윈도우에 맞춰 개발
단점 :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 비교적 높은 사양 요구
도전자 : 구글
강점 : 공짜라는 가격 / 클라우드 컴퓨팅 부각
자사의 구글 앱스와 시너지 효과 예상
단점 : 윈도우 기반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없음
구글의 OS 개발 경험 미숙 / 댜앙한 보안 문제 우려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크롬 OS는 수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보안 문제다.
크롬 OS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리눅스의 경우 그간 바이러스의 주된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 대부분 윈도우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롬 OS가 정식 출시될 경우 해커들의 매력적인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은 크롬 OS의 보안 인프라스트럭처를 개발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바이러스나 맬웨어, 보안 업데이트에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놓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안티바이러스 업체인 맥아피(McAfee)의 샘 마시엘로 위협 관리 담당자는 크롬 OS가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부터 해커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보안 뿐만이 아니다. 운영체계는 PC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컨트롤해야하는 시스템인 만큼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MS의 관계자는 “(구글이) 운영체계를 출시하는데 따르는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 이것들을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축적된 MS의 운영체제 개발 노하우에 비하면 구글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다.
그는 “구글을 탑재한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설사 그것이 크롬 OS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구글을 비난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설프게 OS를 출시했다가는 구글이 검색과 광고 분야에서 쌓아온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다.
더욱 구글을 어렵게 하는 것은 오피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윈도우의 폭넓은 사용자층과 ‘친숙함’이라는 무기다. 애플의 매킨토시와 소수의 리눅스 사용자를 제외한 전세계 모든 PC 사용자가 윈도우에 길들여져 있다. 이 때문에 크롬 OS가 찻잔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많다. 가트너의 레이 발데스 애널리스트는 “크롬OS가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의미있는 시도가 되겠지만 PC시장의 최강자 MS의 벽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크롬 OS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구글의 서비스에 잘 적응된 소수의 사람들에 불과하다. 크롬OS가 지메일과 구글 토크, 구글 독스로 업무처리를 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감상하며, 피카사에서 앨범을 공유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웹으로 접속하는 이들을 위한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크롬 OS에서 MS의 오피스 2010의 온라인 버전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용할 수 있다하더라도 잘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수의 사용자들이 PC를 둘러싼 윈도우 기반의 수많은 환경을 배제한 채 크롬 OS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구글 측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에 다른 컴퓨터가 있을것이다. 크롬 OS는 프라이머리 OS가 되려는게 아니다”라며 크롬 OS의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했다. 올해는 먼저 넷북과 스마트북 등 저렴한 세컨드 PC 시장부터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발빠른 MS는 지난해 넷북 시장을 겨냥해 최적화한 ‘윈도우 7 스타터 에디션’을 내놓아 미리 탄탄한 방어선을 구축해둔 상태다.
그러나 잠시 눈길을 돌려 익스프롤러의 독무대였던 웹 브라우저 시장을 살펴보자. 최근들어 파이어폭스와 크롬 브라우저가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모양새다. MS의 익스프롤러는 과거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PC 운영체제 시장에서도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크롬 OS가 웹 기반 사용환경에 최적화한 컨셉과 무료라는 강력한 무기로, MS 천하인 PC 운영체제 시장을 흔들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운영체제를 향한 구글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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