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News마커_건강 2009. 7. 17. 18:06

씨가 없는 감귤, 어떻게 번식할까?

▲ 뾰족한 가시에 순하게 생긴 탱자나무의 꽃이 묘하게 어울린다.
ⓒ 조태용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말이 있다. 같은 것이라도 다른 풍토에서는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처음 이 말을 했다는 안영은 "자기 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사니 죄인이 되었을 뿐 자기 나라에서는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로 이 말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는 "탱자가 회수를 건너면 귤이 된다" 하지 않고, "귤이 탱자가 된다"고 했는데 이 말에는 귤을 높이고 탱자를 낮추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 입장에서는 맛 좋은 귤과 시큼해서 먹기 힘든 탱자와의 비교자체가 의미 없을지 모르겠다.

ⓒ 조태용
그러나 여기서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귤나무의 뿌리가 탱자나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먹는 귤의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씨가 없다는 것이다. 씨가 없다면 어떻게 번식하겠는가? 감귤은 씨를 심지 않고 접을 붙여 번식하는데 접을 붙이려면 대목이 필요하다. 바로 그 대목이 탱자나무였던 것이다.

과거에는 물론 귤에 씨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먹기 좋은 쪽으로 개량을 하다 보니 씨 없는 감귤이 생겼고 씨가 없으니 가지로 번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감나무의 경우엔 대목으로 고욤나무를 쓰고 수박이나 참외의 대목으로는 호박을 이용한다. 대목이 되는 것의 특징은 뿌리가 건강하다는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귤의 원뿌리는 탱자였던 것이다. 그러니 귤은 탱자이고 탱자는 곧 귤이라 할 수 있다. 뿌리를 보지 않고 위만 본다면 당연히 귤은 귤 나무라고 할 수 있지만 뿌리만 본다면 그것은 탱자나무인 것이다. 안영이 그 말을 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은 좀 바뀌어야 할 듯하다. 어차피 귤이나 탱자가 한 몸이기 때문이다.

ⓒ 조태용
탱자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탱자나무 울타리다. 요즘은 탱자나무 울타리가 거의 사라졌지만 70년대만 해도 시골집 울타리는 대부분 탱자나무였다. 뾰족한 가시가 있어 침입자를 막을 수 있고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들어올 틈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만 해주면 10년이고 100년이고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니 가장 저렴하면서 생태적인 울타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노란 탱자 열매를 선물로 준다.

ⓒ 조태용
고무공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탱자를 이용해서 공놀이를 하기도 했다. 손으로 공을 쳐서 달리는 일종의 손 야구라고 할 수 있는데 공이 없는 경우에 탱자를 이용했었다. 가끔 손으로 탱자를 치면 '퍽' 하고 탱자가 갈라지기도 했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탱자로 공놀이를 할 때는 한 바구니를 일단 준비하고 난 다음 시작해야 했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잘 익은 탱자를 먹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그 강렬한 신맛에 전율하면서 몸을 떨어야 할 각오를 해야 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침이 고이는 사람은 탱자를 먹어본 사람이고, 침이 고이지 않는 사람은 탱자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 가시가 많고 가지가 촘촘하여 울타리로 좋다.
ⓒ 조태용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탱자나무에 핀 하얀 꽃을 보았다. 4개의 하얀 잎이 뾰족한 가시와 함께 핀 모습이 참 순해 보였다. 가시를 가졌으되 꽃은 착해 보였다. 조금 있으면 탱자나무에 잎이 제 모습을 갖출 것이다.

어렸을 때 탱자나무 잎을 따서 어깨 뒤로 던져 앞이 나오면 운이 좋은 날이고 뒤가 나오면 운이 좋지 않다는 점을 치기도 했었다. 큰 가방을 메고 동네 동무들과 함께 탱자나무 잎으로 운수를 점치며 운이 좋으라고 앞이 나올 때까지 탱자 잎을 따서 던지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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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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