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News마커_일반 2009. 8. 22. 13:46

15세 소년 죽음에 고개 숙인 야당 총재

15세 소년 죽음에 고개 숙인 야당 총재
[DJ 다시보기] 88년 '수은중독 문송면 사건' 해결 앞장... 산재추방 길 열다
09.08.22 11:09 ㅣ최종 업데이트 09.08.22 11:24 김영균 (gevara)
  
15세에 수은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문송면군.
ⓒ 노동자역사 한내(www.hannae.org)
문송면

지난 1988년 7월, 한 소년의 죽음이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영세공장 노동자 문성면(당시 15세)군.


충남 서산이 고향인 문군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야간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혹해 87년 12월 친구들과 상경해 서울 영등포의 허름한 공장에 취직했다.


문군이 일하던 곳은 온도계와 압력계를 만들던 협성계공이라는 작은 회사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말에 문군은 수은 수증기가 가득찬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일을 했다.


공장 근무 두 달 만에 수은중독... 정부도, 회사도 외면한 죽음


하지만 공장 근무 두 달만인 88년 2월, 시름시름 앓던 문군은 휴직계를 제출해야 했다. 다음달 문군은 서울대병원에서 '수은중독'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가족들은 공장에 항의하고, 정부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회사도 노동부도 모두 문군의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나는 싸움 끝에 가족들은 88년 6월 29일 직업병 판정을 받아냈지만, 사흘 뒤인 7월 2일 문군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회사도, 노동부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던 어린 소년의 죽음 앞에 나선 사람이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문군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김 전 대통령은 빈소가 마련된 여의도성모병원에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당시 문군의 외로운 싸움을 돕던 김은혜 부천생협이사장은 "야당 총재가 직접 병원까지 와서 유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에 유족들이 큰 힘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문군의 가족을 만난 김 전 대통령은 "어린 생명이 이렇게 스러진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아픈 죽음이 없도록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 뒤, 김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


88년 당시 '국회 노동위 3인방'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해찬 전 총리, 이상수 전 의원을 독려하며 정부에 문군 사망의 책임을 물었다. 김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은 정말 민초의 아픔과 고통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어린 소년 죽음 슬퍼하던 DJ, 산재추방 초석 놓다


  
1988년 5월 11일자 동아일보 15면에 실린 문송면군 수은중독 기사.
ⓒ 신문캡처
문송면

김 전 대통령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결국 정부와 회사는 손을 들었다. 회사는 공개 사과와 함께 문군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고, 노동부 책임자는 징계를 받았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대책을 마련했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15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문군의 죽음도 가치 있게 살아있다.


'수은중독' 문송면군 사망사건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일어났다. 재야단체인 노동과건강연구회(현 노동과건강연대)가 발족돼 원진레이온 투쟁 등 노동건강권을 되찾기 위한 활발한 사회운동이 벌어졌다. 산업재해 전문병원인 녹색병원도 설립됐다.


문군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한층 더 발전한 셈이다. 여기에 그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은 김 전 대통령의 공도 들어 있다. 말하자면 김 전 대통령이 산재추방의 초석을 다진 셈이다.


세상을 떠난 문군은 현재 경기도 마석모란공원에 묻혀 있다. 해마다 여기서 그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김 전 대통령이 되찾아주려 했던 어린 노동자의 권리, 그 뜻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뒤로 하고 18일 김 전 대통령은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죽음으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 준 문군의 어머니와 형들은 아직 살아있다. 21일 밤, 문군의 두 형 근면(44)씨와 상면씨가 김 전 대통령의 국회 분향소를 찾아 조용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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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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