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T뉴스&과학
2009. 5. 15. 22:07
“서버·SW 빌려 쓰고 아낀 돈 핵심 역량에 투입하라”
2006년 9월 어느 날, 미국의 세계 최대 검색포털 구글의 에릭 슈미츠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한 20대 젊은이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기업과 개인은 별도의 서버나 PC를 살 필요가 없어집니다. 소프트웨어든 데이터든, 온라인에 저장해 놓고 인터넷을 통해 그때그때 빌려 쓰면 되니까요. ”
그의 이름은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 구글에서 검색 품질과 인프라 업무를 맡고 있던 연구원이었다. 그는 이날 브리핑한 신개념에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란 이름을 붙였다. 슈미츠 CEO는 “정보기술(IT)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칠 새 패러다임이 탄생한 순간”이라고 훗날 미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IDG는 2012년에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체 IT 관련 시장의 25%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 IT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제시한 비시글리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여전히 28살의 젊은 나이다. 그는 구글에서 ‘아카데믹 클라우드 컴퓨팅 이니셔티브’를 창설·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클라우데라’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개발업체를 설립했다. 최고전략책임자(CSO)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이번 방한은 클라우데라와 삼성SDS 간의 업무 협약 때문이다. 그를 만나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근 동향을 들어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자체 IT 인프라를 갖추려고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줄어든다. IT 자원이 필요하면 빌려 쓰면 되니까. 대신 기업의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다. 금융 회사라면 리스크 관리에, 생명공학 회사라면 연구개발에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특히 대량의 정보를 다루는 생명공학·통신·금융서비스 등의 산업에 효과가 클 것이다.”
-주요 IT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질 텐데.
“지금처럼 사람들이 저마다 고성능 PC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콤팩트디스크(CD) 형태의 소프트웨어(SW)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SW 업체들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온라인에서 대여하는 형태로 사업 모델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기로도 각종 업무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게 돼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의 사업모델을 선보인 회사가 있나.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2006년 ‘구글 앱스’란 온라인 SW 서비스를 내놨다. 각종 SW를 구매해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일정 관리·문서 작성·채팅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SW는 구글의 대형 서버에 설치돼 있어 사용자가 작업한 결과물을 저장할 수 있다. 아마존 역시 사용자들이 자기 서버나 PC 대신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가상저장장치(S3)와 서버(EC2)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버를 자체 구축하기 힘든 소규모 업체나 영세 개발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엄청난 정보가 특정 업체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저장되면 보안 문제가 따를 텐데.
“당연히 신경써야 할 문제다. 아마존의 S3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업과 개인이 개별적으로 각종 서비스 장애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이런 보안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낫다. 문제는 기업 또는 개인의 갖가지 민감한 정보들이 속속들이 특정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기록된다는 점이다.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나리 기자
가상 시스템 이용, 비싼 인프라 없이도 수퍼컴 급 능력 발휘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비시글리아는 미국 워싱턴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교 후배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착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매일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데 대학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 해결 방안으로 서버 등 비싼 IT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도 수퍼컴퓨터 급의 컴퓨팅 능력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창안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여러 개의 데이터센터(서버들을 모아놓은 곳)를 가상화 기술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갖가지 소프트웨어·보안 솔루션·컴퓨팅 능력까지 주문 방식(On-demand)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를 전기의 대량 생산체제에 비유한 바 있다.
미국의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뒤 처음엔 기업마다 각기 발전기를 돌렸다. 이후 지역마다 대형 발전소가 생기자 기업들은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 쓰고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전기를 전달하는 전력선 역할을 하는 것이 초고속인터넷이다.
비시글리아가 이 개념에 ‘구름(cloud)’이란 말을 쓴 건 왜일까. 여기서 말하는 거대 저장장치가 특정 서버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일종의 가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서버나 데이터센터 사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눈에 보이지 않는 수퍼컴퓨터를 만든 셈이다. 마치 구름처럼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작명이다. 그런 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존의 그리드(Grid)·유틸리티(Utility) 컴퓨팅 같은 개념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드 컴퓨팅이란 인터넷에 분산된 각종 시스템과 자원을 공유해 가상의 수퍼컴퓨터처럼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컴퓨팅 자원을 사서 소유하지 않고 필요시 빌려 쓰는 것이다.
구글 출신의 비시글리아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개발 업체 ‘클라우데라’의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다. 그는 2006년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을 제시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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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 구글에서 검색 품질과 인프라 업무를 맡고 있던 연구원이었다. 그는 이날 브리핑한 신개념에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란 이름을 붙였다. 슈미츠 CEO는 “정보기술(IT)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칠 새 패러다임이 탄생한 순간”이라고 훗날 미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IDG는 2012년에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체 IT 관련 시장의 25%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미래 IT 산업의 메가트렌드를 제시한 비시글리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여전히 28살의 젊은 나이다. 그는 구글에서 ‘아카데믹 클라우드 컴퓨팅 이니셔티브’를 창설·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클라우데라’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개발업체를 설립했다. 최고전략책임자(CSO)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이번 방한은 클라우데라와 삼성SDS 간의 업무 협약 때문이다. 그를 만나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근 동향을 들어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자체 IT 인프라를 갖추려고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줄어든다. IT 자원이 필요하면 빌려 쓰면 되니까. 대신 기업의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다. 금융 회사라면 리스크 관리에, 생명공학 회사라면 연구개발에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특히 대량의 정보를 다루는 생명공학·통신·금융서비스 등의 산업에 효과가 클 것이다.”
-주요 IT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질 텐데.
“지금처럼 사람들이 저마다 고성능 PC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콤팩트디스크(CD) 형태의 소프트웨어(SW)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SW 업체들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온라인에서 대여하는 형태로 사업 모델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기로도 각종 업무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게 돼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의 사업모델을 선보인 회사가 있나.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2006년 ‘구글 앱스’란 온라인 SW 서비스를 내놨다. 각종 SW를 구매해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일정 관리·문서 작성·채팅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SW는 구글의 대형 서버에 설치돼 있어 사용자가 작업한 결과물을 저장할 수 있다. 아마존 역시 사용자들이 자기 서버나 PC 대신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가상저장장치(S3)와 서버(EC2)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버를 자체 구축하기 힘든 소규모 업체나 영세 개발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엄청난 정보가 특정 업체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저장되면 보안 문제가 따를 텐데.
“당연히 신경써야 할 문제다. 아마존의 S3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업과 개인이 개별적으로 각종 서비스 장애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이런 보안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낫다. 문제는 기업 또는 개인의 갖가지 민감한 정보들이 속속들이 특정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기록된다는 점이다.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나리 기자
가상 시스템 이용, 비싼 인프라 없이도 수퍼컴 급 능력 발휘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비시글리아는 미국 워싱턴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교 후배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착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매일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데 대학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 해결 방안으로 서버 등 비싼 IT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도 수퍼컴퓨터 급의 컴퓨팅 능력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창안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여러 개의 데이터센터(서버들을 모아놓은 곳)를 가상화 기술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갖가지 소프트웨어·보안 솔루션·컴퓨팅 능력까지 주문 방식(On-demand)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를 전기의 대량 생산체제에 비유한 바 있다.
미국의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뒤 처음엔 기업마다 각기 발전기를 돌렸다. 이후 지역마다 대형 발전소가 생기자 기업들은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 쓰고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전기를 전달하는 전력선 역할을 하는 것이 초고속인터넷이다.
비시글리아가 이 개념에 ‘구름(cloud)’이란 말을 쓴 건 왜일까. 여기서 말하는 거대 저장장치가 특정 서버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일종의 가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서버나 데이터센터 사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눈에 보이지 않는 수퍼컴퓨터를 만든 셈이다. 마치 구름처럼 물리적 실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작명이다. 그런 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존의 그리드(Grid)·유틸리티(Utility) 컴퓨팅 같은 개념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드 컴퓨팅이란 인터넷에 분산된 각종 시스템과 자원을 공유해 가상의 수퍼컴퓨터처럼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컴퓨팅 자원을 사서 소유하지 않고 필요시 빌려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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